“정제염은 화학 소금이라 나쁘고, 천일염은 미네랄이 살아 있어서 몸에 좋대요.”
장을 보다가, 혹은 건강 프로그램에서 한 번쯤 들어보셨을 거예요. 회색빛 굵은 알갱이를 보면 왠지 더 자연에 가깝고 건강할 것 같기도 하지요.
오늘은 이 속설을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의 식품공전 기준과 WHO 권고를 바탕으로 차근차근 확인해 보겠습니다.
오늘 확인할 질문 3가지
- ① 천일염의 미네랄, 정말 건강에 도움이 될 만큼 많을까?
- ② 정제염은 ‘화학 소금’이라 몸에 해로울까?
- ③ 그렇다면 어떤 소금을, 얼마나 먹어야 할까?

“미네랄 소금이니까 넉넉히”가 위험한 이유
천일염이 몸에 좋다고 믿으면, 자연스럽게 간을 덜 조심하게 됩니다. “좋은 소금이니 괜찮겠지” 하는 마음이 들기 때문이에요.
그런데 우리는 이미 소금을 충분히, 아니 넘치게 먹고 있습니다.
- WHO는 하루 나트륨 2,000mg 미만(소금 약 5g 미만) 섭취를 권고합니다.
- 질병관리청 국민건강영양조사에 따르면 한국인의 하루 평균 나트륨 섭취량은 이 권고량의 약 1.5배 수준이에요.
나트륨을 많이 먹으면 혈압이 오르고, 이는 뇌졸중·심혈관질환·신장질환 위험을 높입니다. 혈관 탄력이 떨어지기 시작하는 40대 이후라면 더욱 신경 써야 할 부분이지요.
미네랄을 얻으려고 소금을 더 먹는다면,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훨씬 큰 ‘밑지는 거래’가 됩니다.

진실 ① 천일염도 대부분은 ‘염화나트륨’입니다
식약처가 정한 식품의 기준인 식품공전은 소금 종류별로 염화나트륨(소금의 주성분) 함량 기준을 두고 있어요.
- 정제소금: 95% 이상 (실제 제품은 대개 99% 안팎)
- 재제소금·태움·용융소금(죽염 등): 88% 이상
- 천일염: 70% 이상 (실제 제품은 대개 80%대)
천일염의 염화나트륨 비율이 낮은 건 사실이에요. 하지만 그 나머지가 전부 미네랄은 아닙니다. 상당 부분은 알갱이 사이에 머금은 수분이고, 미네랄은 그중 일부예요.
천일염에는 바닷물 유래의 마그네슘·칼륨·칼슘이 정제염보다 더 들어 있습니다. 다만 하루 권장량인 소금 5g 안에서 얻을 수 있는 양은, 하루에 필요한 미네랄에 비하면 아주 적은 부분에 불과해요.
핵심 정리
천일염에 미네랄이 ‘있는’ 것은 맞지만, 건강 효과를 기대할 만큼 ‘충분한’ 양은 아닙니다. 천일염이 정제염보다 건강에 좋다는 공식적인 근거는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진실 ② 정제염은 ‘화학 소금’이 아니에요
정제염을 ‘화학 소금’이라 부르는 분들이 많은데요. 정제염은 깨끗하게 거른 바닷물을 원료로, 불순물을 걸러내고 끓여서 소금 결정만 얻어낸 것입니다.
쌀로 치면 백미와 비슷해요. 현미에서 겉껍질과 쌀겨를 깎아낸다고 해서 백미가 ‘독’이 되지는 않지요. 정제염도 바닷물에서 소금만 골라냈을 뿐, 그 자체로 해로운 물질이 생기는 것은 아닙니다.
정제염 역시 식품공전의 규격(중금속 기준 등)을 지켜야만 판매할 수 있어요.
천일염에도 알아둘 점이 있어요
천일염은 바닷물을 염전에서 햇볕과 바람으로 말려 만듭니다. 그래서 바다와 염전 환경의 영향을 그대로 받아요.
- 간수(쓴맛 성분): 갓 만든 천일염은 간수가 남아 쓴맛이 날 수 있어, 보통 일정 기간 간수를 빼고 사용합니다.
- 환경 오염물질: 국내외 연구에서 천일염을 포함한 바다 소금에서 미세플라스틱이 검출된 사례가 보고되었어요. 그래서 이물 관리가 잘 된 제품을 고르는 것이 중요합니다.
참고로 국내 천일염은 2008년 법 개정 이후 ‘광물’이 아닌 ‘식품’으로 분류되어 식품 기준에 따라 관리되고 있어요.

미네랄은 ‘소금 통’이 아니라 ‘반찬 접시’에서 채우세요
우리 몸에 필요한 미네랄을 물탱크에 비유해 볼게요. 소금으로 미네랄을 채우려는 건, 큰 물탱크를 스포이트로 채우는 것과 비슷합니다. 그 사이에 나트륨이라는 짐만 잔뜩 늘어나지요.
반면 채소, 과일, 콩, 견과류, 우유 같은 음식은 수도꼭지를 틀어 채우는 것처럼 훨씬 효율적이에요.
- 칼륨: 시금치 등 녹색 채소, 감자, 바나나, 콩류 — 나트륨 배출을 돕는 미네랄이에요.
- 마그네슘: 견과류, 통곡물, 녹색 잎채소
- 칼슘: 우유·요구르트, 멸치, 두부
WHO와 식약처 모두 소금의 ‘종류’보다 ‘양’을 줄이라고 안내합니다. 미네랄은 다양한 자연 식품으로 채우는 것이 정답이에요.

오늘부터 실천하는 똑똑한 소금 사용법
천일염을 쓰지 말라는 이야기는 아니에요. 김장이나 장 담그기처럼 천일염이 잘 맞는 요리도 있지요. 중요한 건 어떤 소금이든 ‘총량’입니다.
- 소금은 모두 합쳐 하루 5g 미만: 천일염·정제염·죽염을 가리지 않고, 티스푼 하나 정도가 하루 기준이에요.
- “미네랄 소금”이라는 말에 양을 늘리지 않기: 좋은 소금이라도 많이 먹으면 나트륨 과잉입니다.
- 국물은 절반만: 한국인 나트륨의 상당 부분은 국·찌개·김치·면류에서 와요. 건더기 위주로 드세요.
- 간은 마지막에: 먹기 직전 조금씩 뿌리면 적은 양으로도 짠맛을 잘 느낄 수 있어요.
- 천일염은 표시 확인: 원산지, 제조·포장업체, 간수 제거 여부 등을 확인하고 위생적으로 관리된 제품을 고르세요.
- 칼륨이 풍부한 채소·과일 함께 먹기: 단, 신장질환이 있다면 칼륨 섭취는 주치의와 상의하세요.

[참고 문헌 및 출처]
- 식품의약품안전처, 「식품의 기준 및 규격(식품공전)」 — 식염(소금) 종류별 염화나트륨 기준
- 식품의약품안전청, 「소금, 하루 5g 미만 섭취 바람직」 보도자료 (2011.7.13, 대한민국 정책브리핑)
- 질병관리청, 국민건강영양조사 (나트륨 섭취 현황)
- 질병관리청 국가건강정보포털, 「건강하게 염분 섭취하는 방법」
- World Health Organization (WHO), Sodium reduction fact sheet
※ 이 글은 일반적인 건강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하며, 개인의 질환 치료를 대신하지 않습니다. 고혈압·신장질환 등이 있으신 분은 전문의와 상담하세요.